[기행문] 다자이후 텐만궁의 도비우메(飛梅)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뉴스24 | 기사입력 2018/03/26 [16:17]

[기행문] 다자이후 텐만궁의 도비우메(飛梅)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뉴스24 | 입력 : 2018/03/26 [16:17]

 東風吹かば 匂ひをこせよ 梅の花 
主なしとて 春な忘れそ

동풍이  불거든 향기를 보내다오, 매화꽃이여.
주인이 없다 해도 봄을 잊지 말지니

 

3월 초순의 비오는 날 오후, 일본 규슈 후쿠오카 교외에 있는 다자이후 텐만궁(太宰府 天満宮)을 찾았다. 본전 앞 우측에 있는 비매(飛梅   도비우메)를 보았다. ‘飛梅’라고 적힌 표시판이 있고, 안내문에는 ‘천신(天神)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真)가 교토의 집 정원 앞에 있는 매화와 작별하면서 와카(花歌)를 읊었다. 그런데 주인을 못 잊어하던 매화가 교토에서 다자이후로 날아와 하룻밤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고 적혀 있다. 

▲     © 뉴스24

 

사진 1  비매

▲     © 뉴스24


사진 2  비매 안내문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학문의 신’이 된 실존인물이다. 그는 845년에 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신동(神童)이라 불렸다. 할아버지 기요토모는 뛰어난 유학자였고, 아버지 고레요시도 대학 문장과(文章科)의 수장인 고위 관료였다.  일설에 의하면 스가와라 가문은 백제에서 건너간 왕인 박사의 후손이라고 하고, 혹은 왕인의 문인이라고 한다.


스가와라는 열한 살 무렵 집 뜰에 핀 매화를 보고 한시를 지을 정도로 총명했다.

달이 하얗게 비추니 마치 눈 내린 듯하고(月燿如晴雪)
매화꽃은 빛나는 별 같구나.            (梅花似照星)
금빛 거울(달)이 하늘에서 비추고        (可憐金鏡轉)
정원에 핀 옥구슬(매화)이 온 뜰을 향기로 채우는구나. (庭上玉房馨)

 

스가와라는 18세 때 과거에 합격한 후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 했다. 891년에 다이고 천황은 그를 우대신(우의정)으로 임명했다. 스가와라의 딸이 천황의 황후가 되고 스가와라가 세력을 확대하자, 귀족출신 세도가인 좌대신 후지와라 토키히라(藤原時平)는 음모를 꾸며 901년에 스가와라를 규슈 다자이후 권수(権帥)로 좌천시켰다. 이를 ‘쇼타이의 변’이라 한다.

 

사실상 유배살이 한 스가와라는 술로 실의의 세월을 보냈다. 끼니마저 거르자 한 노파가 ‘매화가지에 꽂은 찹쌀떡(우메가에모찌 梅ケ枝餠)’을 건넸다.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이 떡을 맛있게 먹으면서 노파에게   시 한 수씩을 건넸다.

 

스가와라는 다자이후로 좌천된 지 2년 만인 903년에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그의 관 위에는 매화 한가지와 찹쌀떡만이 얹어졌다. 유해를 소달구지에 싣고 장지로 향하던 중 황소가 갑자기 멈췄다. 이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별수 없이 스가와라의 시신은 이곳에 묻혔다. 천만궁 입구에는 청동 황소가 있는데 황소 얼굴과 코는 유난히 반질반질하다. 이 부분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     © 뉴스24



사진 3 텐만궁 전경


한편 스가와라가 죽은 후 교토 조정은 액운이 잇따랐다. 정적(政敵) 후지와라가 909년에 급서(急逝)한 것을 시작으로, 다이고 천황의 세자인 야스아키라 친왕이 923년에 서거했고, 천황의 세손 요시요리도 925년에 죽었다. 5년 뒤인 930년에 황궁 청량전(清涼殿)에서 조정 회의 중에 갑가지 벼락이 떨어졌다. 이리하여 조정 대신들이 다치거나 죽었고, 다이고 천황도 충격을 받아 3개월 만에 붕어했다.

 

조정은 이것을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저주로 여겨 스가와라의 원령을 '뇌신(雷神)' 으로 추앙했다. 그리하여 교토와 다지이후에 덴만구(天満宮)를 지었다. 세월이 흘러 재해가 사그라들자 스가와라는 ‘벼락 신’에서 ‘학문의 신’으로 변신했다. 우메가에모찌 노파도 신으로 추앙받았는데 대명신(大明神)이  되어 근처의 정묘원(淨妙院) 절에 모서져 있다.

 

한편 본전 앞에는 비우메와 마주보고 홍매화(紅梅花)가 피어있다. ‘황후의 매화’이다. 이 두 그루 매화가 신목(神木)이 되어 이곳에  6천 그루의 매화가 있단다. 특히 뒤뜰에 많다.

▲     © 뉴스24



사진 4  황후의 매화 

▲     © 뉴스24

 

사진 5  뒤  뜰의 매화 

텐만궁은 시험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연간 800만 명의 참배객이 모인다. 신궁 주변에는 합격을 기원하는 메모장들이 주렁주렁하다. 심지어 한글로 적힌 기원문도 있다. 

 

한편 사람들은 이곳에 오면 반드시 ‘우메가에모찌’를 먹는다. 이 떡을 먹으면 병마를 물리치고 정신이 맑아져서 공부가 잘 된단다. 필자도 먹었는데 바싹 구운 맛이 담백하다.


관광지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볼거리 ·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스토리도 한 몫을 한다. 전라도 관광에도  도비우메 · 우메가에모찌 · 황소 같은 스토리를 입히자. 그래야 관광이 활성화된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